MY MENU

자유게시판

제목

고3의 하루 일과 한번 보실래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05.14
첨부파일0
조회수
4174
내용


[오마이뉴스 천주희 기자]저는 수능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고3 수험생입니다. 필자의 고3 하루 엿볼 준비 되셨나요?



▲ 자율학습시간 


ⓒ2004 천주희
AM 7:30 어김없이 종은 울리고 교문을 향해 달려 오는 학생들이 보인다. 행여 지각해서 담임 선생님께 혼나지 않을까, 지각비로 오늘 빵값 치르는 건 아닌지. 부은 눈을 하거나 아직도 잠에서 다 깨지 못한 채 교실로 들어간다.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EBS 영어듣기가 스피커로 나온다. 영어가 자장가로 들리기도 하고,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무사히 듣기 시간을 넘긴다.


AM 8:10 0교시가 시작된다. 영어듣기 시간보다는 더 초롱초롱 하지만 그래도 몇 십분이 지나면 잠을 이기지 못하고 책상에 쓰러진다. 교감 선생님이나 교장 선생님의 기습 공격이라도 있는 날에는 교실에는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는 것 같다.


PM 1:00 학교에 활기가 도는 점심 시간이다. 급식소로 향하는 길에 통과하는 학교 정원인 햇빛촌에는 낙엽이 되어 지는 벚꽃 나뭇잎이 보인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PM 1:50 5교시 시작종이 울리면 또 잠과의 투쟁에 들어간다. 환절기에는 졸음과의 전쟁이 절정을 이룬다. 잠을 깨기 위한 방법도 여러 가지이다. 꼬집는다던가 뒤에 서서 수업을 받는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최후의 히든 카드는 고수들만이 쓰는 방법인데, 최대한 자세를 낮게 하고 공부하는 척하면서 자는 것이다.


PM 4:40 종이 울리면 청소하러 간다. 음악이 나오고 점심 시간만큼이나 북적거린다. 수시철인 요즘에는 쉬는 시간이면 진학실이 북적인다. 지원하는 대학의 내신 산출표를 받아 보고 다시 교실로 향한다. 썩 가벼운 발걸음은 아니다.


PM 5:00 다시 보충수업이 시작되고 50분 후면 있을 저녁 시간 때문인지 대부분 눈에 불을 켜고 수업을 듣는다.


 


▲ 더위가 지나면서 복도에 나와 공부하는 학생들이 하나 둘 늘었다. 


ⓒ2004 천주희
PM 7:10 이제부터 본격적인 자율학습 시간이다. 동영상을 보러가는 학생들도 있다. 무더위가 조금씩 가실 때가 되니 복도에 나와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났다. 심지어 스탠드까지 켜고 복도에서 공부하는 학생도 있다.


담임 선생님이 아이스크림을 돌리는 날에는 잠자는 아이들은 하나도 없이 다들 멀쩡하다. 그리고는, 마냥 좋아서 입에 아이스크림을 물고서 공부를 한다. 씨익 웃으며 "잘먹겠습니다~"한다. 한시간 후면 EBS방송 수업을 들으러 흩어져 있던 학생들이 하나 둘 교실로 돌아온다.


PM 9:00 매점은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발 디딜 틈도 없다. 150원 하던 '스콜'이 없어진 후로는 커피우유가 인기가 있고, 날씨가 조금 쌀쌀해도 아이스크림은 매점의 주요 메뉴이다.


쉬는 시간 고3 교실의 복도에서는 비명소리가 나기도 한다. 학생들이 서로 잡으러 다니면서 뛰어다닐 때 나는 소리이다. 어떤 때는 초등학생보다 더 아이 같다. 교실에서는 9시 뉴스를 보는데 삼삼오오 모여 간단하게 말 몇 마디씩 주고 받는다. 거기에다 누가 과자라도 사오면 먹느라 바쁘다.


 


▲ "10분 후에 깨워줘~" 


ⓒ2004 천주희
PM 9:20 쉬는 시간의 기쁨도 잠시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할일이 없어도 고단한 게 고3이고, 끝없이 밀려 오는 잠은 어쩔 수 없다. 감독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단잠을 청하는 학생들. 고3병중의 하나가 자율 학습 시간에 잠을 자도 편히 못 잔다는 것이다. 자신의 귀가 잠자는 중에도 예민하고 발자국 소리에도 놀란다면 고3병임을 의심해 보길. "10분 후에 깨워 줘"라는 말이 왜 이렇게 안타까운지. 짝은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PM 11:00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집에 가기 위해 책가방을 싸고 복도를 내려간다. 예비군 훈련을 하는 것 같이 학교가 북적인다. 그래도 등교할 때보다는 수다스럽다. 몇몇 아이들은 면학관에 가고, 몇몇은 기숙사로 향한다. 나머지 아이들은 교문에서 기다리는 부모님과 함께 차에 올라타는가 하면 터벅터벅 걸어가는 아이들도 있다.


D-74 벌써 새벽 1시를 넘겼습니다. 전국에서 저처럼 밤을 지새고 있을 고3 학생들과 수험생들에게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말 많고 탈 많은 7차 교육과정의 첫 세대입니다. 고3은 잔인한 만큼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 시기입니다. 내일도 아침 7시 30분이 되면 어김없이 교문을 통과하고 영어 듣기로 하루를 시작하겠지요. 하지만 친구가 있고 학교가 있기 때문에 우리 고3 학생들은 모두 잘 이겨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